작품“신묘년 구재역매장도” 감상평

 

 

  많은 돼지가 몰살당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최현석이 2011년 전국적으로 확산된 구제역 사건을 한국화로 재구성한 것이다. 몰살당하는 웅덩이의 왼편에는, 처참함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곳곳에서는 도망치는 돼지를 잡으려고 별안간 난리법석이다. 아래편에는 선혈의 흔적이 뚜렷하게 보인다. 무언가 부조리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이 틀림없다. 최현석은 이 작품의 주된 대상인 돼지를 사회적 약자로 인식한다. 그가 구성하는 화면은 사회적 약자로 인식한다. 그가 구성하는 화면은 사회적 약자인 돼지와 사회적 강자로 군림하는 사람간의 공용어는 존재할 수 없다는 현실처럼 읽힌다. 돼지를 생태계의 공존 대상이 아닌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내몰면서, 결단코 사회적 약자의 의지는 반영 될 수 없는 참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그의 작업에서 대상화된 객체로 곧잘 등장하는 사회적 약자는 우리 시대의 소수자에 속한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소수자가 힘겹게 삶을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완전한 개인과 타인이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에서 작가는 공동체에 대한 열망을 품고 사유의 기록을 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금, 여기, 이곳을 반영하고 담아내는 기록이다. 기록의 방식은 억척스럽게도 전통 한국화의 방식만을 고집한다. 또한 일반적인 기록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미술을 통한 저항이자 시대의 현실을 증언한다. 

 

 

조 민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