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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현석의 작품에 대한 소고_임종은

 

작가 최현석의 작품에 대한 소고

 

 작가 최현석이 이번 <2014 넥스트코드> 전에서 펼쳐낸 작업은 매스미디어 속에서 우리가 쉽게 접하는 사회적인 현안이 대부분이다. 작가는 모순과 부조리함으로 가득 찬 현실세계의 이미지를 다루고자 한다. 그는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장을 고발하는 내용을 엮어가면서도 기록에 충실할 수 있는 사진, 비디오 등의 매체를 활용하거나, 사실적인 장면 묘사에 집중하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공한 동양화의 전통적인 재료만을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그리고 최현석은 전통적인 매체를 다루면서 형식 역시 전통회화의 그것을 차용하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예술성과 철학을 담고자했던 산수화와 사군자와 같은 분야도 아니고 기록화, 당시 생활상이 담겨진 민화, 그리고 지도 등과 같이 감상용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인 목적이나 장식을 위해 무명의 작가들이 그린 이미지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최현석의 출품 작품 중 <무자년 엠비산성촛불시위도戊子年 MB山城 燭火示威圖>(2011)나 <무자년 광화문행렬도戊子年 光化門行列圖>(2011)을 살펴보면 전통 기록화의 성격을 분명히 볼 수 있다. <무자년 광화문행렬도>를 살펴보면 조선시대의 어가행렬도를 쉽게 연상 할 수 있다. 우리는 조선시대의 반차도나 행렬도를 보면서, 사건을 정교하게 재구성하고 편집하여 사실보다 더 세밀한 기록으로서 그 가치를 드러낸 화면에 감탄을 하게 된다. 최현석도 우연히 보게 된 이러한 조선시대의 기록화에 매료되어 자신의 작품에 활용하고 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기록화, 궁중기록화의 제작은 사건의 기록과 아울러 왕권 시대에 왕실과 국가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현재 시간이 흐른 후 그것을 보게 된 우리들은 당시의 역사적 사실과 현장의 상세한 모습을 생생하게 마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더불어 당시 화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화면 곳곳에 담겨진 단서들을 통해 그들의 생활상과 풍속까지도 짐작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작가는 지배 권력을 정당화하고 강화하기 위한 과거의 전통 기록화가 내포한 의도와는 달리 자신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 우리사회와 자신을 억압하고 경계 짓는 권위와 힘에 대한 비판의식을 기록화의 형식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다시 말해 권력에 예속된 기록화가 아니라 사회 현상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아 과거의 기록화와는 내용과 형식에서 모순되는 화면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

 

최현석의 작품을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 장면의 극적인 순간을 포착한 것이 아니라 어떤 서사를 중심으로 그 흐름을 상세하고 충실하게 설명하고자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화면에서 이야기가 전개에 따라 흘러가는 듯이 보인다. 이것은 다시점, 이동시점을 활용하고 조감법과 부감법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의 전개가 화폭에서 자유롭게 재구성 되어 표현된다. 또한 <국란도國亂圖>(2013), <북방한계선란도北方限界線亂圖>(2013), <독도수호도獨島守護圖>(2013) 등처럼 국가적인 사건, 영토 분쟁과 같은 주제를 다룰 때는 전통 화법 중 고지도를 차용하여 표현함으로써 물리적으로 넓은 공간을 화폭에 더욱 자유롭게 담아낸다.

 

작가가 사회적 현안을 주로 다루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현실적인 장면을 치밀하게 재구성하기 때문에 기록화나 지도와 같은 형식이 작품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출품작 중 <무군자도無君子圖>(2013), <신묘년 구제역순환도辛卯年 口蹄疫循環圖>(2011)를 보면 앞서 언급한 기록화의 형식의 작품들, 권력의 잣대로 기록에 대해 저항적 태도를 견지하며 차용했던 작품들과의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 작품들의 경우에는 사실을 재구성하는 것 이외에도 작가의 상상과 유머가 적극적으로 개입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먼저 <신묘년 구제역순환도>를 살펴보면 구제역으로 수많은 소들이 살처분 되는 현실의 비극적인 상황을 화면 가운데에 묘사하지만 화면의 하단과 상단은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야기로 다소 황당한 내러티브가 전개된다. 예를 들면 매장되었던 소들이 나와서 좀비처럼 걸어 다니거나 소떼의 영혼이 하늘로 둥둥 떠올라가는 장면이 사실적 사건의 주변을 둘러쌓고 있다. 만화적인 이미지로 연출된 냉소적인 풍자는 비극을 더욱 극대화하며 펼쳐진다.

 

작가는 사실과 상상이 결합된 이러한 화면 구성의 모티브를 한대 마왕퇴(馬王堆)의 T형 백화에서 가져왔다고 말한다. 현실계의 인간 생활과 함께 상상의 신화의 세계를 함께 표현한 이 백화는 우리에게 한대 초기 회화예술의 풍격을 보여주면서도 당시의 우주관을 말해주고 있다.

 

<무군자도>의 경우에는 작가가 대선 후보들의 텔레비전 토론회를 시청하면서 전통사회에서 추구한 이상적인 인물상, 군자가 오늘날 없는 것을 개탄하고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작품을 보면 군자가 없기 때문에 덩그러니 놓인 빈 의자 세 개가 화면의 중심에 있고 화면의 상단은 구름이 에워싸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최현석은 그의 작품에서 고전적 형식을 취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하는데 첫 번째는 기록화와 그것이 내포한 권력적 권위의식이 그에게 동일하게 느껴졌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오늘날 현재를 살고 있는 작가에게 고전의 세계가 이상적인 세계로서 오늘날의 현실세계보다 더 명확한 답이 구현 될 수 있는 시공간의 세계로 느껴졌다고 한다.

 

사실 최현석 작가처럼 전통회화의 내용과 형식을 활용하는 작가군 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전통회화 재료를 이용하여 익숙하고 동시대적인 이미지들을 다룬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현대미술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미술의 작품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러한 현상의 등장 배경이 경제나 정치적인 것이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을 반영하며 키치적인 작품을 양산하는 것과 함께 한국의 경우는 이전의 동양화과에서 전통의 계승의 문제를 벗어나 현대미술의 새 과제로 제기된 것을 생각해 보게도 한다.

 

가상의 전통과 동양화, 한국화가 가진 전통계승 등의 과제를 오히려 현대미술 속에 끌어들인 젊은 세대의 작품은 문화적 경제적 지위를 바탕으로 전통을 일종의 판타지로 삼아 회귀하려는 경향을 더욱 촉진하는 것 같다. 그리고 국제화된 시장에 대한 전략으로 전통적인 기법이나 양식의 이용가치를 인정하면서 단순히 전통의 권위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인 방식으로 연출하여 시장에 진출하려는 야심도 보인다.최현석의 경우도 이들처럼 과거 굴절된 전통 속에서의 전통 기법이나 미의식을 전면적 긍정을 하지 않는다. 과거의 표현양식을 기능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며, 오히려 지금까지의 권위적인 동양화, 한국화를 못마땅하게 보는 다소 냉정하고 비판적인 발상이 그의 작품을 뒷받침한다.

 

최현석 작가는 그의 다음 전시를 위해 준비하는 작업 중 일부를 동양화의 전통적인 재료나 형식에 고착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그가 생각하는 사회의식을 다룰 것을 계획한다.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젊은 작가로써 용기 있는 실험과 도전이 기대가 된다. 지금까지 보여준 전통회화 방식을 차용한 작품들도 흥미롭지만 그가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며 문제점으로 여기는 사회 현실의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으면 한다.

 

자신의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깊이 있게 성숙한 작가라면 표면적인 문화코드를 따라가지 않더라도 작품에서 저절로 베어 나오는 작가의 철학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공감을 일으키고 미학적 과제를 제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작가 최현석이 앞으로 하고자하는 다양한 시도를 바탕으로 철학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심사숙고한 흔적이 드러나는 다음 작업을 기대해본다.

 

임 종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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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on the art of Choi Hyun-seok

 

The works of Choi Hyun-seok showcased for the<2014 Next Code> exhibition are paintings that he made using traditional Korean painting mediums, in which he received both his BA and MA. The main concerns of these paintings are pending issues dealt with in mass media, and social irony and absurdity reflected in broadcast images: interestingly, despite the journalistic aspect of the works, they were produced neither in photography nor in video, the mediums intended for recording. Instead, the paintings refer to traditional art forms, including genre painting, Uigwe[book of state rites] illustration and pictorial maps, all of which were made for either decorative or practical uses, rather than being appreciated like traditional landscape paintings, which were characterized by their highly aesthetic and philosophical qualities.

 

Among the displayed works, Candlelight Rally versus Candlelight rally and MB mountain fortress[2011] and Parade Gwanghwamun[2011] show the distinctive characteristics of Uigwe illustration. The latter painting, for instance, conjures up in particular the illustrations of a royal procession during the Joseon Dynasty. The making of this kind of court painting generally started with the purpose of not only recording the royal rituals and ceremonies but also reinforcing the authority of the royal family in the country. In today's context, Uigwe illustration gives us a vivid glimpse of historical facts and scenes and furthermore, we can get a hint of the lives and customs of people in the past from the details of the illustration. The illustrations are more informative than real in their articulation and thus, are highly valuable in the study of history. Inspired by the great documentary quality of Uigwe illustration, Choi, Hyun-seok, by his own account, began to adopt the style in his practice. However, unlike the originally propagandist intentions of such illustrations, he intends to use the form of Uigwe illustration to criticise any repressive authority that restricts our society and its members. In other words, his paintings are not propaganda but satirical documentaries that therefore make a strong contrast to Uigwe illustration in content.

 

Meanwhile, the greatest consideration of his paintings is, seemingly, where the described events occur, whereas the details of the paintings show that the artist tries to create a visually precise description of the developments of a narrative. For that, Choi Hyun-seok combines a multiple changing perspective with a bird's-eye view to compose his canvas. This combination enables him to freely examine social and political events. The paintings such as The country is disturbing[2013], NLL Dizzy[2013] and Protect Dokdo[2013], which all deal with national affairs or territory disputes, use an old map form to include as wide a space as possible.

 

The journalistic and documentary aspect of his practice was perhaps the main impetus for the stylistic application of Uigwe illustration and pictorial map in his practice. However, there are other works that show different styles as well, such Foot-and-mouth disease circulating[2011] and There is No Wise Person[2013]: these paintings are imaginative and humorous in rendering their subjects. Foot-and-mouth disease circulating[2011] depicts the tragedy of culling a great number of cows in the middle of the canvas, while absurd narratives are developed both in the upper and lower parts: buried cows are back on the ground and walking like zombies, and some cows' souls are ascending into the air. These unrealistic scenes embrace the real events of culling cows. The satirical and cartoon like image accentuates the tragedy. Choi Hyun-seok said that the idea of combining the realistic with the imaginative was borrowed from the Mawangdui silk paintings of China's Han Dynasty: the silk paintings that render human life and the mythical world in one canvas together reflects the Han's vision of the cosmos, while showing the quality of the high art of the early Han Dynasty. It is said that There is No Wise Person was made because the artist, while watching a TV debate among presidential candidates, deplored the idea that there were no more wise men in our society. In the middle of the painting are three unoccupied chairs, implying that no man deserves one, while the upper part is filled with clouds. Choi Hyun-seok once explained the two reasons for his use of traditional art forms: first, he felt that Uigwe illustration connotes the power of authority second, he thought that the past could be an excellent provider of ideals required in today's society.

 

Besides Choi Hyun-seok, a great many artists have for years made use of traditional art forms in content and style. Most of the time, they make contemporary images using traditional mediums. This fashion is found not only in the Korean art scene but also in Japan and China; in the background are the countries' economic and political conditions. Such a fashion has produced numerous kitsch artworks reflecting those conditions, and has led us to the consideration of new aesthetic matters in contemporary art practice in Korea, beyond the matter of continuing the tradition of Korean painting. Young Korean artists' works, in which are adopted either the mediums or techniques of Korean painting, seem to have accelerated the tendency to return to the traditional, suggesting tradition as a kind of an origin. In their use of traditional art forms is their ambition to enter the international art scene, valuing the uniqueness of the techniques and styles of Korean painting, but parading rather than following the styles. However, Choi Hyun-seok does not follow the aesthetics and techniques of Korean painting completely, either. His paintings are based on his criticism on the conservative and authoritative aspects of Korean painting, while simultaneously making use of its language.

 

For the next exhibition, Choi Hyun-seok plans to use various contemporary mediums to deal with the matter of social consciousness. young artists' new undertakings and challenges while developing their own styles are always anticipated. Hopefully, his use of multiple mediums will therefore mean multiple approaches to reality in order in order to deal with the matter in more depth. Mature artists, who have built up their own language of art based on their cultural background, should be able to make a new aesthetic appeal while getting empathy from the community with the philosophy implied in their works, even if they don't follow cultural trends. I'm looking forward to Hyun-seok's next endeavour, hoping that there will be great philosophical and technical considerations to be seen in his practice.

 

Lim jong-e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