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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CRE8TIVE REPORT_김영기

2015. 5. 11. 21:00

 

뭇 기록화는 빛나는 과거를 되새기려 기억을 거슬러 오른다. 그러나 최현석의 그것은 자성의 단초로, 또 더 나은 앞날로 이끌 계기로서 앞의 그것과 유다른 정체성을 지닌다. 때문에 옛 기록화에 스민 주류의 의지와 권위 대신, 오히려 영광 없는 현실에 닥뜨린 찜찜함에 눈을 맞춘다. 특정 입장과 편중된 의도를 경계하여 가감 없이 화폭에 담는다. 화폭 속의 군상은 하나같이 텅 빈 얼굴이다. 자유로이 표정을 채우는 것은 보는 이의 몫으로 돌아온다. 어떤 표정이었을 지 또 왜 불편하게 다가왔을 지 감상자가 잡아 낼 차례다. 관객이 작품을 손수 매조지하는 셈. 그 과정에서 자성적 성찰을 기대한다. 그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이끄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 그래서 미래를 바라보는 기록화이다.

 

그 범위는 개인의 처지와 환경에서 맞닥뜨린 불편함부터 사회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현실을 망라한다. 대상을 재구성하여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단이라면 조감(鳥瞰), 부감(俯瞰), 이시동도(異時同圖) 가리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그가 보았고 담아 낸 것은 장소와 등장물의 형태라기 보단, 생김을 움킬 꾀도 쉬이 나지 않는 거대한 무형이다. 거스르기 쉽지 않은 제도고, 거역하기 힘든 권력이며, 공유를 강요당하곤 하는 만연한 의식이다.

 

 

 

김 영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