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의 실험과 확장
조 혜 령
최현석은 철저히 전통회화를 바탕에 두고 현대미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예술가다. 작자 미상의 기록화, 고지도, 풍속화, 민화, 수묵 등에 현실을 담고 있다. 그의 작업은 동양화를 기본으로 한 기록화(記錄畫) 차용에서 시작한다. 기록화란 실제 있었던 특별한 사건이나 사실을 오래 남기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최현석의 기록화는 그 시대의 사건을 기록하는 사실적 측면에다 예술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는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 현상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최근에는 실험적인 시도로 자신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작들의 특징을 살펴본다.
그는 무엇보다 역사적 사건과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서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를 표현한다. 표현 방식은 조선조 기록화의 구도와 양식을 따랐지만, 뛰어난 관찰력과 묘사력으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한정된 공간 내에 조직적으로 배치해 작업했다.
‘세월호 외화내빈도(世越號 外華內貧圖)’(2014), ‘신묘년 구제역순환도(辛卯年 口蹄疫循環圖)’(2011)는 우리가 처했던 현실을 재현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을 다루었다.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또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한다. 소재는 시사적 성격을 띠기도 하는데, 사회에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사건을 그대로 서술하기보다 해학적으로 묘사했다. 중요도에 따라 대상 장면을 극적으로 구성하는 역사화라기보다 풍자적 특성을 발휘해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시사만화의 특성도 보인다.
‘종교비치도(宗敎備置圖)’(2017)는 모스크, 성당, 교회, 절 등 서울의 종교 건축을 그린 것이다. 근대 투영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고지도 같이 화폭에 물리적으로 넓은 공간을 자유로이 담아냈다. 현대 한국에 각 종교 건축물들이 흔해진 데 비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가치 상실 시대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은연중에 숨어 있다.
‘개항장 고양이문화생태지도(開港場 猫生態文化地圖)’(2018)은 2016-2017년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스 작가로 머물면서 주변 지역을 관찰해 그린 것이다. 개항기 흔적이 담긴 일대를 다니며 그가 보았던 장소들의 특징을 회상해 배치했다. 1년여 동안 레지던스를 활동의 근거지로 삼고서 주변을 관찰하며 작업한 개인 기억의 기록화기도 하다.
‘창작공간 심우도(創作空間 心雨圖)’(2012)와 ‘무대 뒤에서’(2016)는 작가 개인이 처한 상황을 기록한 작품이다. 연속 화면 구성으로 복잡하지만 한 장면으로 이해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무대 뒤에서’(2016)는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목구비가 갖추어 있지 않고 감정이나 정서, 심리상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군중의 몰개성과 익명성을 나타내었다. 특수 재료를 사용하여 열을 가했을 때만 작품 속 캐릭터가 뒤섞여 화면 가득 배치되어 자유로운 표현성을 보게 되는 독특한 작품이다.
다음으로 최신 작품을 살펴보자.
최현석은 전통 동양화 재료에다 실험적인 재료를 적극적으로 혼합한다. 온도에 따라 변화가 일어나는 특수 안료를 먹에 섞고, 헤어드라이어를 등장시켜 재료와 표현 방법에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올 해 청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었던 사군자 작품들에서 이와 같은 특징이 두드러졌다. 전통 사군자를 재현한 뒤 관객의 참여 방식에 따라 작품의 변화를 경험하게 하는데 동양화에서 친숙한 사군자에 열을 가하면 신기루처럼 이미지가 사라진다. 관객이 작품과 소통해야 완성되는 신작이다. 그는 “자연이란 소유하려는 순간 이미 죽은 것이며. 사람이 가지려고 하면 가지지 못하게 사라지고, 멀리 가면 다시 살아나고, 가지려고 하면 없어진다.”고 말한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사군자로 상징되는 관습과 엘리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의미를 담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전시장에는 사군자를 그린 작품- ‘신기루_매난국죽(蜃氣樓_梅蘭菊竹)’(2018)과 ‘신기루_매/난/국/죽(蜃氣樓_梅/蘭/菊/竹)’(2017)이 긴 공간을 서로 마주보며 배치되었다. 양 옆 벽면에는 대나무와 난초 작품 ‘신기루_대나무 숲(蜃氣樓_竹林)’(2018)과 ‘신기루_난투(蜃氣樓_蘭鬪)’(2018)가 마주보고 있다.
사군자를 지나 대나무 숲을 거쳐 마주보고 있는 다른 사군자로 가도록 동선이 배치되어 있는데, 작품 범위가 화폭을 벗어나 공간 전체로 확장되고 있으며, 그림을 또 다른 작품의 재료가 되는 방식으로 주어진 공간을 구성하고 설계했다. 전시 작품들은 전형적인 동양화로서 특히 대나무와 난초는 동양화 교본의 기법대로 반복적으로 그려져 있으며 20m 길이의 긴 벽면을 채우며 농담으로만 표현되어 있다. 모든 작품 앞에는 헤어드라이기가 비치되어 있기 때문에 관람자들에게 의아함을 준다.
관람자는 조심스럽게 작품을 감상하다가 호기심으로 헤어드라이기에 다가간다. 이윽고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헤어드라이어를 손에 쥐고, 또 열을 가해 작품이 변화하고 그림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전시장에서 그의 모든 작품에서 그러한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데, 이 공간에 얼마큼 머물 것인지는 전적으로 관람자의 선택이다.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작가의 의도와 의미가 혼연일체 되는 작품들이다.
최현석은 작품의 전시 방법과 소비 주체에 관심을 갖고 여러 각도로 고려하며 작업 방식에 변화를 준다. 기획자나 컬렉터가 아닌 일반 시민의 개입과 평가를 유도하는 데 관람자 입장에서 불편함을 느끼기보다 작품을 경험하면서 더 많은 개인적인 가치를 부여받는다.
그는 창작자보다 설계자의 태도로 연출했다. 그의 시도는 지난 10년 동안 해온 작품에서 안정적인 평가에 안주하지 않고 전통과 현대의 간극을 극복하는 문제에 끊임없는 탐구와 실험을 지속적으로 이어 온 결과다.
최현석은 오늘날 현대미술이라는 장 속에서 세속화라는 틀, 창작, 새로움에 고민하며, 지난 작품의 안정과 패턴화되는 경향을 스스로 경계하며 그러한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다. 그는 개인적 관심사와 순간순간 재미를 느꼈던 프로젝트를 동시 다발적으로 계획했다. 최근에 작업한 재료의 보존과 안정성 실험을 이어나가고, 처한 환경과 주변 지역에 대한 관심, 그리고 새로운 상황 모두를 작업 소재로 사용했다. 전통회화를 근간에 두지만 매번 새로운 실험을 접목한 그가 실험실을 나와 다음 작품에서 또 어떤 예술세계관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periment and extension of Hyunseok Choi
HyeRyeong Cho
Hyunseok Choi is an artist who bases his art on traditional art and seeks other possibilities of modern art. He inputs reality in such works of old documents, maps, genre painting, folk painting, and ink painting of unknown authors. His workpieces are initiated from inspirations of documentary paintings based on oriental paintings. Documentary painting is a drawing to preserve special incidents or truths over long period of time. Documentary paintings of Choi is harmonized with artistic values added on to realistic aspect of historical records. He has created a huge amount of art piece regarding historical incidents or social phenomenon. Recently, Choi is making experimental attempts to extend his scope of art.
Looking into the characteristics of his recent work.
He is into expressing subjects which could be encountered in daily life with his interest in historical incident and social phenomenon above all. Although the expression of his painting follows the style and structure of Chosun dynasty’s documentary painting, Choi systematically arranged the subject inside the limited space with his remarkable observation and depicting capabilities.
Paintings of ‘Sewol Ferry, Shiny exterior with empty interior’ (2014), ‘circulation foot-and-mouth disease’ (2011) treated social issues by reproducing the realities which we faced at the time. He tackles how we look at the incident, and poses various issues. Subjects of current events are handled in a humorous fashion rather than direct depiction. His paintings show characteristics of cartoons about social affairs for surpassing limits with sarcastic depiction instead of dramatically depicting scenes with the priority of importance like the historical paintings.
‘relig distribution’ (2017) portrays the architectures of religions in Seoul such as Mosque, Catholic Church, Christian Church, temples. The painting captured the large space in to the canvas just like the old map paintings when modern projection technique was not yet developed. Critical point of views are implicitly included in the painting to criticize the era of lost religious values which is contradicting the commonly seen religious buildings in modern Korea.
‘Open Port Area Cat Culture Ecological Map’ (2018) is a painting of Choi’s surroundings while he was working as a residence at the Incheon Art Platform during 2016-2017. He traced the tracks of old harbors and depicted the reminiscence of the locations which he took a sight on. It is also his personal documentary painting as he painted his memory of observing his surroundings during his 1-year residency.
‘The mind rain of creative space’ (2012) and ‘Behind the stage’ (2016) are paintings which records the situation of the author himself. It has a complex composition with series of pictures, but each scene clearly depicts a comprehendible situation.
The people who appear in ‘Behind the stage’ (2016) do not have facial features, not externally expressing emotions, feelings, and mentality. De-individualization of the crowd and anonymity were portrayed. Special materials were used in this unique art piece having characters jumbled up and liberate expression when heat is imposed on the painting.
Let’s explore his recent art pieces.
Choi proactively mixes in experimental materials into traditional oriental painting materials. Special pigments, which change along with temperature, are mixed in traditional ink, and implemented hair dryers to attempt new expression methods.
The following characteristics were noticed in the drawings of the four gracious plants which were exhibited at the Cheongju museum of art this year. He first reproduced the traditional drawings of the four gracious plants then produced various changes according to audience participation, images of the plants disappearing like mirage when heat is applied. The new art piece is completed when connected to the audience. Choi explains his work saying, “Nature is dead the moment it is attempted to be possessed, disappears if human attempts to possess, revives form far away, and vanishes if it tempted”. This piece contains demeanor towards nature, depicts the traditional custom represented by the four gracious plants, and criticizes elitism.
If carefully observed, workpiecesdepicting the four gracious plants - ‘mirage_the four gracious plants
’ (2018) and ‘Mirage_ japanese apricot flower / orchid/ chrysanthemum/ bamboo’ (2017) are placed facing each other a distant space at the exhibition. On the side walls, workpieces of bamboo and orchid, ‘Mirage_bamboo forest’ (2018) and ‘Mirage_scuffle’(2018) are facing each other as well.
The exhibition was designed in a flow which leads the audience from a plant to the bamboo forest, then to another plant, but the scope of the works break bounds and extend to the entire space, moreover, composed the overall design to have a picture become a material of another workpiece. The exhibited works in form of traditional oriental paintings, and particularly, the bamboo and orchid are drawn repeatedly with original technique, light and shade, along the long 20 meter wall. There is a hair dryer in front of each workpiece which triggers suspicion
The audience first appreciates the work then carefully approach the hair dryer with curiosity. Eventually, everyone actively participates without distinction in age or gender. Hair dryers are held, then the audiences face a whole new experience while watching the picture change and disappear. Such ‘change’ could be experienced from his work at the exhibition, but it is all up to the audience choosing how long they will stay in that area. As those are more closely approached, the more the intent and meaning of the author’s workpieces become one.
Choi pays attention to the exhibiting style and major consumers, and considers various angles in approaching and applying change on his work method. When evaluation of general consumers, who are not promoters nor collectors, are induced, even more personal values are given while experiencing the workpieces rather than inconvenience in perspective of the audiences. Choi produced his work more like a designer than a creator. His attempts on his art during the past 10 years did not settle on a safe appraisal. His works are the result of consistently researching and experimenting to close the gap of traditional and modern art.
Choi strives within the frame, creation, and freshness of secularization in the genre of modern day art and previse with a stance of firmly refusing stability and patterning in his work. He simultaneously planned projects which matches his personal interest and which he felt joy in many moments. He maintains experiments for preservation and stability of his recent workpiece materials, then applied all of his new environment, interest to the local area, and current situation as subjects of his art. Although the foundation is based on traditional art, there is no doubt that the new experimental creations of Choi and his artistic outlook are those to look forward every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