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은 동양화 기법으로 동시대 시대상을 반영하는 기록화 형식의 작업을 전개하는 작가다. 그는 조선시대 궁중 기록화에서 드러나는 의례와 규율이 현재 우리의 사회 안에서도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지점에 관심을 기울인다.

 

조선시대 궁중기록화 형식을 차용해 현재를 재현하는 최현석의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방식으로 현재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기록하는 단계에 머무르지 않는다. 주제 선정에서부터 작가의 관심과 의도를 발견할 수 있으며 그것을 직시하는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자년 엠비산성촛불시위도>,<북방한계선란도>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는 정치적 사건과 마주한 작가의 시선을 읽을 수 있으며 <아트페어작품실종도>, <인사동개인전현실도>에서는 동시대 미술시장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혼례거사도>, <장례호상도>,<종가불멸도>에서는 우리 사회의 관홍상제가 지닌 허례허식의 문제점과 유교적 시스템이 가지는 모순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작가의 관점이 드러난다. 작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대적 상황과 사건을 다룸에 있어 전통적인 과거의 형식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진지하면서도 위트 있게 담아내고 있다.

 

이처럼 풍속세태학적인 면모를 지닌 작품 속에서 최현석은 현실적인 시대적 장면이 지닌 불편함을 강조하여 나타내거나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사실성을 기반으로 하는 기록화의 특성을 차용하여 사건 그 자체를 현실적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치적을 기념하고 유교적 본보기를 남기려는 궁중 기록화의 본래 의도를 전복하는 비판의식을 담아낸다. 따라서 최현석의 기록화는 궁중 기록화 형식을 전유(appropriation)한 뒤 기록화의 본래 의도를 전복시켜 제시하는 "기록화를 전복하는 기록화"인 것이다.

 

성 지 윤